연재 플랫폼 리디
작가 유령집거미
장르 BL
늘 그랬다. 우성 오메가인 아버지는, 자신과 우성 알파인 어머니 사이에서 열성이 태어난 것을 제 생에 가장 수치스러운 일로 여겼다.
[내 배에서 어찌 저런 것이 나와서……]
아버지는 자신을 볼 때마다 그리 중얼거리고는 하셨다. 어렸을 적에는, 그것이 퍽 죄송하여, 아버지를 볼 때마다 몸을 움츠리고 그의 눈치를 보곤 하였다. 그의 말마따나, 자신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수치였으니까.
그렇기에 마침내 뒤늦은 발현을 하였을 때, 루데리안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드디어. 이제 오늘이 지나면 아버지께서도 나를 조금이나마 바라봐주시지 않을까.
흐려지는 시야 속,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얼핏 비추어졌다. 환상임이 분명하였지만, 루데리안은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열성 오메가라고]
그래서, 저가 마주한 현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정말이지 너는 끝까지 이 아빌 실망하게 하는구나!]
차라리 환상이기를 바랐다.
*
“아, 흐응…… 레이, 레이먼드…….”
루데리안이 힘겹게 숨을 헐떡이며 레이먼드를 향해 덜덜 떨리는 팔을 뻗었다.
잔뜩 짓무른 눈가, 여기저기 울긋불긋하게 물든, 나긋나긋하게 풀린 그의 몸, 그리고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음에도 제게 오롯이 뻗어 오는 하얀 팔.
아, 제가 어떻게 당신을 거부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