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플랫폼 리디
작가 카라멜푸딩
장르 로판
싸구려 통속극에서나 나오는 허무맹랑한 소리.
유모가 주인집 딸과 제 딸을 바꿔치기하여 구박하며 기른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하지만 그 일은 누군가에게 일어난 진실이었고, 제니스 바틴이 삶을 강탈당한 과정이었다.
진실을 알게 된 제니스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블레어 엘 그란티아 공작의 침실에 선다.
한 계절이 채 변하기도 전에 정부를 숱하게 갈아치우고,
심지어 죽여 제 침대를 피로 물들인 적도 있다는 사교계의 전례 없는 난봉꾼이라는 사내.
제니스는 그 소문을 알면서도 자청해 그의 저택으로 기어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오로지 그만이 그녀가 갈망하는 복수를 이뤄 줄 수 있으므로.
***
"내 정부가 되겠답시고 왔으니 그만한 역량을 보여봐라."
제니스가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풀고 제 나신을 드러냈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처녀답지 않은 매끈한 몸에도 공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다가와서 입을 맞춰봐."
차갑게 식은 그의 입술에 그녀의 것을 가져다 댔다. 서투른 입맞춤에도 공작은 거부하지 않았다.
제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어 보라기에, 기꺼이 그렇게 했다. 뻣뻣하기 그지없는 몸이나마 그를 기쁘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무감하게 굴던 공작은 결국 그녀를 안았고, 제니스는 침대에 몸을 기울이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 잔혹한 공작의 손에 목숨이 스러지는 한이 있어도 복수는 반드시 이루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