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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달달한수박
장르 로맨스
손바닥에 닿는 날붙이의 온도는 차디찼다. 희수는 웅크리듯 주저앉은 남자 앞에 섰다. 왕족처럼 오만하고 고고하기만 하던 남자는 자비를 구하는 눈으로 희수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생애 처음 누군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즐거움, 제 손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통쾌함이 폐부에서 꿈틀댔다.
남자를 찌르는 것 이상의 복수는 없을 것이다. 할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한우철 회장, 그리고 회장의 죄상을 알면서도 그의 안위를 위해 침묵과 동조를 택한 엄마에게는.
남자는 버림받은 제 몫의 애정까지 듬뿍 뺏어먹고 자라난 엄마의 의붓아들이자, 회장의 금쪽같은 외아들이었으니까.
그런데 한 발 다가가는 순간, 남자가 희수를 덥석 붙잡았다. 겁에 질려 뿌리치고 도망쳐도 모자랄 마당에 저를 구원해줄 유일한 동아줄을 만난 것 마냥.
“이런 눈으로 상대를 주시한다는 건, 지독한 증오거나 집요한 관심이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그럼 희수 씨는 나를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좋아해서,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가.”
물음 끝에 남자가 얼굴을 붉혔다.
용감하기도 하지. 내가 저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희수는 고요히 냉소했다. 제 얼굴에 흐릿한 균열이 드리우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한 채.